
와 당근케이크 예쁘다. 맛있겠다. 우와.
새해에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기로 나와 약속했다. 그리고 사진 밑에 바로 부정적인 말을 달기엔 내 당근케이크가 속상해할 것 같아서 밑에다 쓸 테다.
시껌 둥둥 하니 탄 듯도 아닌 듯도 싶은 겉에 일단 바르고 본 크림치즈. 그리고 그을린 듯한 가장자리를 가려보려고 동그랗게 시작했으나 들쭉날쭉해진 시나몬 가루까지. 내가 봐도 웃음 나는 모양새 기는 한다.
이번 연도에 아니, 작년이구나 23년도면, 아무튼 23년도에 당근케이크 드시고 싶다는 엄마 한마디에 사 와도 보고 사오려고 시도도 해보고. 근데 너무 달아서 우리 집 입맛에는 전부 꽝이었다. 그래서 벼르고 벼르다 연말 케이크로 만든 키토 당근케이크. 밀가루 대신 아몬드가루, 설탕대신 대체당이 들어갔다. 건강한 재료만 들어가서 몸에 좋을 건 분명한데 이제 맛만 있으면 된다.

다시 한번 투척하는 내 당근케이크. 내 새끼라 그런지 내 눈엔 이쁘기만 하다. 부둥부둥♡
너무 늦은 시간에 완성돼서 못 먹어봤다. 내일 아침으로 진한 커피 한잔 내려서 먹어봐야지. 너무 기대된다. 후기는 내일 써야지.
+ 이 레시피는 맛도리 레시피입니다.
아침 겸 점심으로 떡국 먹으면서 한 살 더 먹고 드디어 어제부터 고대했던 당근 케이크 시식의 시간이 왔다.

단면에 보이는 건 당근, 호두, 코코넛이고 집에 있는 호두양이 레시피보다 부족해서 잔다리콩이라고 콩을 공기에 튀긴 게 집에 있어서 그걸 넣었다.
결과는 대맛도리. 어제 살짝 시식했을 때 대체당을 안 단 버전으로 알려준 대로 조금 넣었더니 너무 안 달아서 조금 걱정을 했었다. 하지만 걱정은 노노. 이 레시피의 킥은 위에 얇게 올라간 크림치즈다. 식감은 마요네즈처럼 부드럽고 레몬즙과 대체당을 넣어 살짝 새콤달콤한 것이 투박한 당근 케이크의 식감을 샥 잡아준다. 단 것을 안 좋아하는 집이라서 이렇게 반응이 좋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혹시 해 볼 사람이 있다면 챨리님(레시피 주인님(?))께서 단 버전은 대체당을 얼마나 넣으면 된다고 써놓으셨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면 될 것 같다.
신년부터 내가 만든 심지어 '맛있는' 케이크를 먹으며 시작하다니. 시작이 순조롭다. 어떤 당근 케이크를 사와도 시큰둥하셨던 엄마께서 맛있게 드셔주시니 더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.
아. 그런데 원래 레시피는 코코넛롱을 넣으라고 했는데 집에 없어서 코코넛 말린 과육을 손으로 쪼개서 넣었더니 의외로 씹을 때 식감이 거슬린다. 코코넛을 넣을 사람은 완전히 다져서 넣어야 할 것 같다.
+2024.3월이 된 지금도 먹고 있다. 냉동실에 넣어두면 시간은 멈추는 법이다.
레시피를 두 배로 해서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한 번에 다 소진하기엔 너무 많아서 냉장고에 1/3, 냉동고에 2/3 소분해서 넣어놨다. 냉장고에 들어있는 것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처음 케이크를 먹었을 때 거슬리던 코코넛이 수분을 흡수했는지 사각과 말랑의 사이로 식감이 변했다. 당근은 물렁하고 코코넛은 약간 사각거리니 식감이 다양해져서 먹는 맛이 더 살아나서 더 맛있어졌다.
냉동고에 보관되어 있는 건 먹을 만큼만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2분 정도만 돌리면 윗부분은 따뜻하고 밑은 차가워져서 딱 알맞게 먹을 수 있게 된다. 지금도 엄마의 최애 케이크로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.
레시피는 유튜버 챨리 Charlie 님의 저탄수 당근 케이크(에어프라이어 베이킹+아몬드 가루 베이킹) 영상을 참조했습니다.